성공한 노동요는 들리지 않는 노동요 [밥벌이 에세이]
WRITER : 아매오 야자는 열 시에 끝났다. 열한 시 반까지 이어지는 심야자율학습(이하 심자)이 있었지만 그건 자율의 본래 뜻에 맞게 운영되는 편이었다. 다만 ‘영남의 오아시스’를 자처하는 ‘명문 사학’의 학생답게 대다수가 심자에 성실히 임했고 몇몇은 자정 이후까지도 도서관을 떠나지 않았다. 학업 분위기 조성 차원에서 보면 참 훌륭한 환경이었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주로 열 시에 가방을 싸는 학생이었다. 말 잘 듣는 모범생 루트에서 벗어나지 않으려 애썼는데 그 때문인지 오히려 ‘알아서 더 하는 것’에 약했다. 똘똘이반에 들 정도는 공부를 곧잘 했지만 그 중에선 압도적으로 성적이 낮았다. 주어진 과제를 잘해내는 것에 전념하는 사람에겐 그 이상을 넘볼 기력도 의지도 남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땐 미처 알지..
밥벌이 에세이
2021. 8. 6. 1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