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걷는 골목은 하나도 쓸쓸하지 않고 [밥벌이 에세이]
WRITER : 아매오 부평 살이도 일 년이 훨씬 넘었다. 서울로 오가는 1호선은 못해도 500번쯤 타지 않았을까. 지하철에서 하는 일이라곤 음악을 듣고 스마트폰 스크롤을 내리는 것뿐이다. 그러니 내게 서울과 인천 사이는 흘려 보내는 시간으로만 존재했다. 신도림, 구로, 개봉, 역곡, 부천, 송내… 그 이름들은 구체적인 풍경이 아니라 단지 ‘부평까지 남은 시간’을 나타내는 표식에 지나지 않았다. 한 시간 넘는 귀갓길을 혼자 조용히 보내는 일은 외딴 섬에 들어가는 의식과도 같았다. 지하철을 타고 간 끝에서 부평의 풍경을 맞이하며 느꼈던 정서는 ‘설국’의 유명한 첫 문장에 담긴 그것과 비슷했다.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설국이었다.” 마치 광장에서 밀실로 몸을 구겨 넣는 과정을 느리게 재생한 듯 보이..
밥벌이 에세이
2021. 8. 6. 1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