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한 어른과 맛없는 맥주 [밥벌이 에세이]
WRITER : 아매오 봄은 어느새 목련을 지나 벚꽃을 향해 질주 중이었다. 자정 무렵 퇴근길의 공기는 아직 제법 쌀쌀했다. 수입맥주 네 캔과 안주로 고른 과자가 담긴 비닐봉지를 손에 든 채 발걸음을 재촉했다. 바삐 걷는 나를 부각시키기로 작정한 듯 골목길은 필요 이상으로 깜깜하고 조용했다. 편의점과 집의 중간 지점에 있는 코인 세탁소 앞을 지나치는데, 문득 그저 그런 시시한 어른이 돼 가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맥주와 과자와 비닐봉지를 한 프레임에 담은 사진을 인스타 스토리에 올렸다가 곧바로 내렸다. 설렘이 가득한 꽃 사진들 사이로 이딴 사진이라니. 어쩐지 꽃밭에 쓰레기 버리는 몰상식한 사람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물론 아무도 나에게 뭐라고 하지 않겠지만, 혹시 뭐라고 하더라도 나는..
밥벌이 에세이
2021. 8. 10. 16:26